1963년 어느 날

조그만 나무가지 위에 고추 잠자리가 앉았다.

아이가 가~만히 다가가 잠자리 날개를 살짝 잡으려는데
눈치를 챈 잠자리가 호르륵 날아 가 버린다.

"에~이!
근데 엄마는 왜 안 오는거야."

아이는 아까부터 장사 나가신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눈은 잠자리를 쫒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개울 건너 신작로에 엄마가 나타 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엄마는 오늘도 떡을 팔러 가셨다.
아침에 송편하고 개피 떡을 만들어 가지고 큰 다라에 담아 이고 가셨다.
그것을 다 팔아야 오실 것이다.

아버지가 계시지만 엄마가 우리 가족의 생계를 꾸려 가고 계신다.

낮에는 떡을 만들어 이 동네,저 동네 다니시며 파시고,
밤에는 묵을 만들어서 화투치는 놀음방에 가셔서 팔고 오신다.

아버지는 거의 매일 술로 세월을 보내시고....

엄마,아버지는 열 두명의 자녀를 낳으셨단다.
그런데 7명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어느 때는 한달에 두명이나 세상을 떠난 적도 있다고 한다.
두분이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집에서는 기름을 짜고 아버지는 목수 일을 해서 그런대로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자식들이 일년이 멀다하며 세상을 등지고
설상 가상으로 아버지는 같이 일하던 사람이 일한 대금을 가로채서 도망을 갔단다.

그 충격에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이 놈의 일 안한다시며 연장을 다 부숴 버리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간다며
살림을 다 정리 하시고  조그만 초가 삼칸을 임시로 얻어서 머물고 있었는데
그 때 아들이 태어 났다.
그 뒤로 딸이 둘 더 태어 났고...
그러다 보니 그대로 눌러 앉아 살게 되셨단다.

그러니 엄마는 자식들 굶길 수 없어서 장사를 시작 하신 것이었다.


엄마가 개울 다리를 건너 오신다.

"엄 마~~~~!"하며 아이는 달려 가 행주치마를 두른 엄마의 다리를 부둥켜 안는다.
엄마는 아이를 보자 힘들었던 기색이 싹 가시고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해진다.

by 해송 2009. 3. 11. 23:06